도심 속 꿀벌이 직면한 위협과 해결책

2025. 9. 8. 02:29도시양봉

1. 도시 환경과 꿀벌의 생존 위기

도시는 다양한 자원이 모여 있는 공간이지만, 꿀벌에게는 필수적인 생존 요소가 결핍된 곳이기도 합니다. 그중 대표적인 문제는 먹이 자원 부족입니다. 도심 공원이나 가로수는 미관을 위해 심어지는 경우가 많아 꽃이 피는 기간이 짧거나 꿀벌에게 필요한 밀원 가치를 제공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아파트 단지나 상업 지역 주변은 콘크리트와 아스팔트로 뒤덮여 있어, 벌들이 장거리 비행을 하지 않으면 먹이를 찾기 어렵습니다. 이런 상황은 군세 약화로 이어지고, 결국 도시 양봉의 지속 가능성을 위협합니다.

또 다른 큰 위협은 열섬 현상입니다. 도시의 기온은 인근 농촌보다 2~3도 높게 유지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벌통은 일정한 온도를 유지해야 군세가 안정되는데, 여름철 고온은 벌들이 체내 수분을 증발시키는 방식으로 온도를 낮추도록 만듭니다. 이 과정에서 많은 개체가 과도하게 노동에 동원되고, 꿀 채취 활동이 줄어드는 결과가 발생합니다. 실제 서울의 여름철 옥상 벌통에서는 꿀 수확량이 교외보다 20~30% 낮게 보고된 사례도 있습니다.

도시의 인공조명과 소음 또한 문제입니다. 꿀벌은 태양의 각도를 이용해 방향을 찾는데, 밤에도 불이 꺼지지 않는 도심은 이들의 귀환 능력을 방해합니다. 일부 연구에서는 강한 LED 조명이 설치된 지역에서는 일벌의 귀환 실패율이 두 배 이상 높다는 보고도 있습니다. 즉, 도심의 빛과 소음은 꿀벌에게 보이지 않는 위협이 되고 있습니다.

2. 질병과 해충, 그리고 화학물질의 위험

꿀벌이 직면한 위협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응애(Varroa mite)**의 확산입니다. 응애는 꿀벌 유충과 성충의 혈액을 빨아먹으며 전염병을 퍼뜨립니다. 특히 도시에서는 벌통이 밀집된 경우가 많아 응애의 확산 속도가 더욱 빠릅니다. 초보 양봉가가 방제를 소홀히 하면 불과 몇 달 만에 군세가 붕괴할 수 있습니다.

질병 역시 심각한 문제입니다. 대표적인 노제마병은 장내에 기생하는 곰팡이로, 벌의 소화 기능을 마비시켜 먹이를 제대로 흡수하지 못하게 만듭니다. 습도가 높은 여름철, 통풍이 잘 되지 않는 도심 벌통에서 급속히 퍼질 수 있으며, 치료가 늦어지면 여왕벌 교체와 군세 약화로 이어집니다. 이 외에도 바이러스성 질환이나 세균성 질환은 벌의 면역력을 크게 떨어뜨리며, 이는 도심 양봉에서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주요한 위험 요소입니다.

더불어 화학물질 오염은 도시 꿀벌에게 가장 교묘한 위협입니다. 주변 건물 관리에서 사용하는 살충제, 제초제, 방부제 등이 꽃가루와 꿀을 통해 벌통 내부로 유입됩니다. 최근 유럽연합(EU)에서는 특정 농약 성분이 벌의 신경계를 교란하여 방향 감각 상실과 집단 붕괴를 유발한다는 사실이 입증되면서 사용 제한 조치를 내리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사례는 도심 꿀벌 관리에서 화학물질에 대한 경계가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줍니다.

3. 도시 양봉가가 실천할 수 있는 해결책

꿀벌을 지키기 위한 첫 번째 해결책은 밀원 식물 확대입니다. 옥상 정원, 학교 화단, 공원 주변에 라벤더, 클로버, 아카시아, 메밀, 해바라기 같은 꿀벌 친화 식물을 조성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일부 도시에서는 ‘벌 친화 정원(bee-friendly garden)’ 프로젝트를 통해 주민이 직접 밀원 식물을 심도록 지원하며, 이는 꿀벌뿐 아니라 도시 생태계 전체의 건강성을 높이는 효과를 가져옵니다.

두 번째는 체계적인 벌통 관리와 방제입니다. 응애 방제는 봄과 가을 두 차례 정기적으로 진행해야 하며, 친환경 약제나 유기농 자재를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벌통 내부의 환기와 청결을 철저히 관리하면 곰팡이성 질병 확산을 막을 수 있습니다. 초보자는 전문가의 지도와 지역 양봉 협회 교육을 통해 실습 경험을 쌓는 것이 안전합니다.

세 번째는 도심 주민과의 소통입니다. 벌통은 반드시 인적이 드문 조용한 공간에 설치해야 하며, 주변 주민에게 양봉 목적과 안전 대책을 설명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오히려 이를 통해 꿀벌의 중요성을 알리고, 꿀 채밀 체험이나 교육 프로그램을 열어 지역 공동체와 긍정적인 관계를 구축할 수 있습니다. 꿀벌은 위험 요소가 아니라, 도시 환경을 풍요롭게 하는 동반자임을 알리는 것이 중요합니다.

4. 장기적 전망과 도시 생태계의 회복

꿀벌은 인류가 섭취하는 농작물의 약 70%를 수분으로 돕는 핵심 매개자입니다. 도심에서 꿀벌이 건강하게 살아남는다는 것은 단순히 꿀을 얻는 차원을 넘어, 도시의 생물 다양성과 식물 생장에 직접적인 영향을 줍니다. 꿀벌이 사라지면 도시의 가로수와 공원 식물, 나아가 시민이 소비하는 채소와 과일의 수확량까지 감소할 수 있습니다.

이 때문에 장기적으로는 도시 차원에서 정책적 지원과 제도적 보호가 필요합니다. 유럽과 북미의 일부 도시에서는 옥상 양봉을 허용하고, 밀원 식물 심기 캠페인을 운영하며, 농약 사용을 제한하는 정책을 시행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지자체가 꿀벌 보호와 도시 생태계 회복을 위한 지원 사업을 확대한다면 도시 양봉은 보다 안정적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입니다.

또한 기업은 ESG 경영의 일환으로 옥상 양봉 프로젝트를 운영하고, 학교는 꿀벌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학생들에게 생태적 감수성을 심어줄 수 있습니다. 이처럼 다양한 주체가 협력한다면 도심 속 꿀벌이 직면한 위협은 해결 가능하며, 오히려 도시가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상징적 공간으로 발전할 수 있습니다.

도심 속 꿀벌이 직면한 위협과 해결책

 

결국 꿀벌을 지키는 일은 곧 인간 스스로의 환경을 지키는 일과 같습니다. 도시에서 꿀벌이 살아남는다는 것은 곧 우리의 미래가 지속 가능하다는 증거이기도 합니다. 작은 벌통 하나가 도시 생태계에 큰 변화를 만들 수 있으며, 지금 우리가 내리는 결정이 미래 세대를 위한 희망이 될 것입니다.